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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내려도 안 팔려…국산 족발, 냉동창고에 쌓인다"

‘한 벌’ 거래 관행 무너지고 냉동 족발 구매 문의마저 끊겨…육가공업체 재고 부담 심각

냉장 앞발 kg당 4천원·뒷발 3천원, 냉동은 1,800원 거래 사례까지

강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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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현 기자 <everything23@hanmail.net>

2026.10.19조회 3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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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 현장에서 생산되는 원물 족발을 표현한 자료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특정 업체의 현장 취재사진은 아니다.

돼지는 매일 도축되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족발은 제때 팔리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앞발과 뒷발을 ‘한 벌’로 묶어 판매했지만, 이제는 구매자가 원하는 부위만 골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냉장 상태에서 판매하지 못한 족발은 냉동창고로 향하고, 가격을 크게 낮춰도 구매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1차 육가공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냉동 족발은 판매가격 하락보다 판로 자체가 막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일반 정육과 달리 뼈가 붙어 있어 다른 가공 원료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산 족발시장은 지금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거래 관행의 변화와 냉동 재고 적체, 유통구조 재편이라는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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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뒷발 함께 팔던 ‘한 벌’ 거래가 흔들린다

현장의 변화는 거래 단위에서 먼저 드러난다. 과거 1차 육가공업체는 앞발과 뒷발을 묶은 ‘한 벌’ 단위로 부산물 전문 유통업체에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돼지 한 마리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네 개의 발을 함께 처분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구매자가 원하는 부위만 따로 주문하는 거래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뒷발만 주문이 들어오면 뒷발만 공급해야 하고, 판매하지 못한 앞발은 육가공업체의 재고로 남는다. 판매자가 한 벌을 통째로 넘길 수 있던 구조에서 구매자가 부위를 골라 사는 구조로 힘의 균형이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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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벌’ 거래에서 앞발·뒷발을 나누어 주문하는 거래로 변화했다는 업계 설명을 시각화했다. 자료: 육류유통업계 현장 취재 · 가격은 일부 업체 거래 기준

왜 뒷발을 더 찾을까…kg으로 사고 ‘한 개’로 파는 식당의 계산

업계에서는 최근 전문점 등 구매처가 뒷발을 선호하는 경향도 거론한다. 원료는 kg 단위로 사오지만 조리한 족발은 통상 한 개 또는 정해진 메뉴 단위로 판매한다. 같은 메뉴값을 받는데 원료 한 개의 중량이 기준보다 무거우면 추가 비용을 판매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냉장 뒷발의 현장 거래가격은 kg당 약 3,000원으로, 앞발 약 4,000원보다 1,000원 낮다. 동일 중량을 구매할 때 가격 차이가 25%인 셈이다. 식당 입장에서는 중량을 관리하고 비교적 저렴한 원료를 활용해 메뉴값을 맞추려는 유인이 생긴다. 다만 개별 식당의 실제 선호는 메뉴 구성, 중량 규격과 조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육가공업체에는 이 선택이 또 다른 부담이다. 한 마리를 가공하면 앞발 두 개와 뒷발 두 개가 동시에 나오는데, 수요에 맞춰 앞발만 생산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냉동이라도 없애야지. 지금 그게 문제니까.

— 육류유통업계 회의 참석자 발언

연간 14만 톤 규모의 잠재 공급…생산은 멈출 수 없다

2025년 국내 돼지 등급판정 두수는 1,871만5,278두였다. 돼지 한 마리당 족발 네 개, 전체 중량 7.5kg이라는 업계 기준을 적용하면 연간 발생할 수 있는 물량은 약 7,486만 개, 14만364톤이다.

이는 실물 유통실적이나 실제 판매량이 아니다. 정형 규격과 가공 손실을 반영하지 않고 등급판정 두수에 표준 중량을 곱한 잠재 공급량의 산술 추정치다. 그러나 국내산 족발에 필요한 판로의 크기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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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축산물품질평가원 「2025 축산물등급판정 통계연보」·업계 기준 가정

500두 가공업체, 20일만 판매가 막혀도 족발 75톤

하루 500두를 가공하는 1차 육가공업체를 가정하면, 하루에 족발 2,000개가 발생한다. 중량은 3.75톤이다. 20작업일 동안 전량 판매되지 않는다면 4만 개·75톤이 재고로 누적된다.

앞발·뒷발 중량을 반씩 배분하고 각각 4,000원·3,000원을 적용하면 전량 냉장 판매 시 회수할 수 있는 판매대금은 20일 기준 2억6,250만원이다. 반대로 전량 팔지 못하면 그만큼의 냉장가격 기준 판매대금 회수 기회가 지연되는 셈이다. 이것이 곧 확정 손실액이라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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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0두 가공업체가 생산한 족발의 25·50·100%가 미판매될 때의 20작업일 재고와 판매대금 회수 지연 추정. 단위 및 가정: 1두당 7.5kg, 앞·뒷발 중량 각 50%, 냉장 거래가격 적용. 확정 회계손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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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족발을 kg당 1,800원에 75톤 전량 판매한다고 가정해도 판매대금은 1억3,500만원이다. 위 냉장가격 기준 예상 판매대금의 약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가 더 절박하게 보는 문제는 냉동 가격 자체가 아니라 그 가격에라도 받아갈 구매자가 드물다는 점이다.

냉동실에 넣는다고 끝이 아니다…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클레임 위험

업계는 뼈가 붙은 냉동 족발의 재고를 가능하면 약 1년 안에 소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장기 보관 제품에서 뼈 주변의 이취 등으로 거래처의 불만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기간은 모든 제품에 법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소비기한이 아니라, 현장에서 상품성과 거래 리스크를 고려하는 실무상 판단에 가깝다.

안 팔린 족발을 무작정 냉동 창고에 쌓아둘 수 없는 이유다. 재고가 오래될수록 회수 가능 가격은 낮아지고, 그동안 새로운 족발은 계속 생산된다. 창고비와 재고자금 부담도 따라붙는다.

부산물 전문 유통업체 대신…판매와 재고까지 떠안는 1차 육가공업체

과거 부산물 전문 유통업체가 계약으로 물량을 사가던 구조에서는 1차 육가공업체가 족발의 일부 판매 부담을 유통업체에 이전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1차 육가공업체가 구매처를 직접 확보하고 판촉·출고·냉동 재고까지 관리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그 결과 족발 판매 부진은 부산물 매출의 감소만이 아니라 사업자금 회전과 창고 운영의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뒷발은 팔리는데 앞발은 남는 식의 비대칭적인 수요가 장기화하면 종전 계약 유통구조보다 위험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장족에서 미사태를 분리해 정육·가공 원료로 판매하는 대안도 쉽지 않다. 발골과 정형 비용이 추가되고, 돈모 제거 등 상품화 품질요건은 엄격해진다. 분리한 미사태를 받아줄 별도 시장이 없으면 가공비만 높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값보다 중요한 것은 ‘팔 수 있는 시간’

국내산 족발시장의 위기는 값이 떨어지는 현상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매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물량, 흔들리는 ‘한 벌’ 거래, 제한된 가공 전환처, 장기 보관의 위험, 직접 판매를 맡게 된 1차 육가공업체의 부담이 겹쳐 있다.

현장은 더 이상 족발 가격이 언제 회복될지만 묻지 않는다. 남아 있는 재고를 제때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는가. 이 질문이 더 절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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