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달러 쌓이는 한국…내년 환율, 1,300원 아래로 향하나

정미영 삼성선물 이사 “1,300·1,280·1,250원 지지선 시험 예상”

반도체 수출이 하락 압력…배당금 역송금·해외투자가 속도 좌우

강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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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현 기자 <everything23@hanmail.net>

2026.11.2조회 17,558

2026.11.03. · 2027년 국제곡물시장 전망과 사업환경 세미나
주최: 한국사료협회(KFA) ·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USGBC)
일시: 2026년 11월 3일(화) 08:50~15:00 · 장소: 서울 포시즌스호텔 3층 그랜드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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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 이사가 11월 3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7년 국제곡물시장 전망과 사업환경 세미나’에서 환율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내년도도 대규모 경상흑자를 바탕으로 환율 하락 압력이 우위를 보이면서 1,300원, 1,280원, 1,250원 등의 지지선을 대외변수나 이런 것들을 봐가면서 터치를 해가는 그런 모습으로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힘이 달러를 사려는 수요보다 강하다면 환율은 어디까지 내려갈까. 내년 원·달러 환율을 바라보는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 이사의 출발점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달러의 규모다.

정 이사는 2026년 11월 3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한국사료협회(KFA)와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USGBC)가 공동 주최한 ‘2027년 국제곡물시장 전망과 사업환경 세미나’에서 반도체 수출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근거로 내년 환율의 하락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1,250원까지 곧장 내려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등할 때는 1,380~1,420원 부근의 저항을 확인하고, 하락할 때는 1,300원과 1,280원, 1,250원 등의 지지선을 차례로 시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제시한 숫자는 연평균 전망치나 도달 시점을 정한 목표가와는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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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의 저항·지지 구간을 제시한 발표자료. 1,300원·1,280원·1,250원은 하락 과정에서 시험할 수 있는 지지선으로, 연평균 전망치나 확정 목표가가 아니다. 자료: 삼성선물 정미영 이사 발표자료(2026.11.3.), 자료집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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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벌어오는 달러, 주가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이번 전망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AI 투자 열기가 식으면 한국의 달러 수입도 줄어드는가’에 대한 답이다. 정 이사는 두 흐름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금융시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먼저 반영한다. AI 투자가 지나치게 빠르게 늘었다거나 투자에 비해 수익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커지면 기술주는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고 이미 체결한 반도체 공급계약까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 이사는 반도체 기업들이 확보한 장기계약이 내년 수출과 수익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실제 수출대금은 들어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에는 불안이 번지는데 외환시장에는 달러가 쌓이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발표의 핵심인 ‘수급과 모멘텀의 불일치’가 여기서 나온다. 정 이사는 이러한 차이가 내년에도 한국의 달러 공급 우위를 지탱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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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와 국내외 투자 흐름을 바탕으로 외화 공급 우위를 설명한 자료. 자료: 삼성선물 정미영 이사 발표자료(2026.11.3.), 자료집 97쪽.

수출이 잘되는데도 환율이 오르는 이유

그렇다면 경상흑자가 크면 환율은 계속 내려가야 할까. 실제 외환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 이사의 설명이다.

수출로 달러가 들어오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팔고 자금을 해외로 가져가면 달러 수요가 생긴다. 주가가 크게 오른 뒤에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주식의 가치가 높아져 전체 투자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외국인은 정해 둔 자산배분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부를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 거래도 영향을 준다. 보유한 한국 주식의 가치가 달라지면 환율 변동에 대비해 설정한 헤지 규모도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물 주식 매매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외환 수요와 공급이 발생한다.

수출기업이 달러를 언제 파는지도 중요하다.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 달러를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반대로 하락 전망이 퍼지면 매도를 서두를 수 있다.

달러를 얼마나 벌었는지에 더해, 누가 언제 시장에 내놓는지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정 이사는 수급과 심리가 같은 방향으로 돌아설 때 달러 공급이 집중되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이러한 집중 효과가 줄어들어 하락세가 한층 완만해질 수 있다고 봤다.

수출 달러가 들어온 뒤, 배당 달러가 나간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는 원화 강세의 근거이면서, 시차를 두고 달러 수요를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배당 때문이다.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꿔 배당하면 외국인 주주는 받은 원화를 다시 달러로 바꿔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 수출대금이 들어올 때와 배당금이 나갈 때 외환시장에 미치는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 이사는 내년 외환시장에서 4·5·8·11월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간 배당이 집중되는 4월과 분기배당이 이뤄지는 시기에는 달러 매수 수요가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이익이 늘어도 수출대금 유입과 배당 지급은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 연간으로는 달러 공급이 많더라도 특정 시기에는 수요가 몰리면서 환율이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해외투자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벌어들인 달러를 해외 공장 건설이나 인수·합병에 사용하면 국내에서 원화로 바뀌는 물량이 줄어든다. 추가로 달러를 사야 하는 투자라면 외환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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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국제곡물시장 전망과 사업환경 세미나’ 참석자들이 환율 전망 발표를 듣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른다고 달러도 오를까

한국으로 들어오는 달러만큼 중요한 것은 달러 자체의 방향이다. 정 이사는 내년 미국 달러가 약보합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변수는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미국의 재정 부담이다. 막대한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검증하려는 요구가 커지면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강세를 뒷받침해 온 기대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채금리를 읽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좋아 금리가 오르는 경우와 재정 부담이나 국채 수급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오르는 경우는 달러에 미치는 영향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을 곧바로 달러 강세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달러가 큰 폭으로 약해질 것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미국을 대신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받아줄 시장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유럽과 중국 역시 각각 정치·재정 불안과 성장 둔화 등의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1,250원은 목적지보다 참고점

전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숫자는 1,250원이다. 하지만 정 이사는 이 수준에 조건을 달았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장기평균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해 원·달러 환율을 역산하면 1,250원 부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여러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 물가 차이를 반영한 원화의 상대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락 여지를 가늠한 것이다.

시장이 반드시 장기평균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정 이사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1,250원은 내년에 반드시 도달할 가격이 아니라, 하락 추세를 판단할 때 살펴볼 참고점이다.

외환당국의 대응도 실제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 이사는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더라도, 당국이 단기간의 급격한 환율 하락에는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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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와 수입물가의 관계, 외환당국의 하락 속도 조절 가능성을 설명한 자료. 자료: 삼성선물 정미영 이사 발표자료(2026.11.3.), 자료집 98쪽.

달러로 대금을 결제하는 수입육·사료업계에는 환율 하락이 원화 기준 매입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실제 원가는 해외 공급가격과 결제 시점, 환헤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환율 하락 전망이 곧바로 모든 업체의 원가 하락이나 수익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시장에서 확인할 것은 한국이 달러를 얼마나 버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수출기업이 그 달러를 언제 팔고, 외국인은 언제 배당금을 가져가며, 기업은 얼마나 해외에 투자하는지가 중요하다. 달러가 쌓이는 방향과 시장에 풀리는 속도 사이에서 1,300원 아래로 향하는 길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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